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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례 플래너, 죽음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

by widestory 2025. 5. 30.


생과 사의 경계가 물리적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삶을 마감하더라도, 디지털 세계 속 존재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죽음 이후의 삶을 정리하는 디지털 장례 플래너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SNS 계정, 이메일,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앨범, 온라인 자산, 암호화폐까지 사망 이후에도 그 흔적은 디지털 공간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신직업이 바로 ‘디지털 장례 플래너(Digital Legacy Planner)’입니다.
이 직업은 단순히 장례식을 기획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유산의 정리, 관리, 추모까지 담당하는 새로운 유형의 라이프케어 전문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 죽음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

 

디지털 장례란 무엇인가?


디지털 장례란, 사망 이후에 남겨진 온라인 자산과 정체성을 정리하고, 이를 고인의 의도에 맞게 관리·기록·추모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물리적인 장례 절차와는 다른 영역으로, 현대인의 삶이 점차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죽음의 언어를 다루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1) SNS 및 계정 정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이메일, 구글 드라이브 등 고인의 온라인 계정을 정리하거나, 추모 계정으로 전환

(2) 디지털 유언 관리: 고인이 생전에 남긴 디지털 유언장을 기반으로 자산 분배 및 의사 표명 진행

(3) 온라인 추모관 기획: 웹 기반의 헌화 공간, AI 음성 재현을 통한 기억 공유, 추모영상 제작 등

(4) 디지털 자산 정리: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파일 등의 해지 및 관리

이러한 작업들은 고인의 사후 데이터가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유족에게는 심리적 위로와 정리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왜 지금 디지털 장례 플래너가 필요한가?

죽음에 대한 태도 변화와 자기결정권의 강화
디지털 장례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사회문화적 변화가 있습니다.

🔹 첫째, 디지털 유산의 폭발적 증가
현대인의 삶에서 SNS, 메신저, 클라우드,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 등은 자기 정체성과 기억의 보관소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이상으로, 고인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담겨 있는 정서적 자산이 되기도 하죠.
이런 자산은 단순 삭제 대상이 아닌, 어떻게 남기고 정리할지 설계되어야 하는 개인 기록입니다.

🔹 둘째, MZ세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민감도
2030세대는 죽음조차 타인의 개입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설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기 장례식을 미리 계획하거나, 유언장을 앱으로 작성하고, AI로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것조차 거부감 없이 수용합니다.
디지털 장례는 이러한 자율성과 미학적 감성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 셋째, 디지털 웰빙과 윤리의식의 부상
고인의 계정이 사망 이후에도 광고에 활용되거나, 피싱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전 유언뿐 아니라 사후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웰빙’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며, 죽음 이후의 삶 역시 기술 윤리적 시선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업무 역량과 전망


감성과 기술, 윤리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문가로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다소 생소하고 감성적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적 이해 + 정서적 감수성 + 법률적 지식이 결합된 복합 직업입니다.

🔹 필수 역량
(1) 디지털 이해도 : SNS, 클라우드, 가상자산 등 디지털 서비스 구조와 계정 관리 방식 이해
(2) 감정 케어 능력 : 유가족의 감정을 존중하고, 추모에 필요한 연출·소통 능력
(3) 법률 및 윤리 지식 : 디지털 유산,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대한 기본적 이해
(4) 콘텐츠 기획 능력 : 추모영상, 메모리얼 사이트 등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
(5) 데이터 보안 감각 : 민감한 고인의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삭제 또는 이관하는 책임성

🔹 실제 활동 예시
(1) 디지털 유언 플랫폼 기획자: 유언장 자동 저장, SNS 계정 종료 요청 서비스, 구독 서비스 일괄 해지

(2) 온라인 추모관 제작자: 고인의 생전 사진·영상을 기반으로 추모 웹사이트를 기획, 인터랙티브 콘텐츠 삽입

(3) 디지털 유산 컨설턴트: 가족을 대신해 고인의 온라인 계정을 정리, 암호화폐 접근 등 자산 회수 대행

🔹 전망과 성장 가능성
(1) 글로벌 확산 조짐: 미국에서는 ‘Digital Death Manager’, 일본에서는 ‘엔딩 노트 컨설턴트’가 이미 활동 중

(2) 공공기관 협업 가능성: 정부 및 지자체와 연계한 사후 데이터 정리 가이드라인 마련 등

(3) 디지털 웰빙 산업 확장: 생전 자기기록, 사후 윤리, AI 메모리얼 챗봇 등 관련 산업 연계

 


한 사람의 인생은 단지 물리적 유품만으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기록도 함께 기억되고, 추모되며, 정리되어야 할 자산입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이처럼 죽음 이후의 삶을 기술과 감성으로 설계하는 전문가로, 앞으로 더 많은 수요와 사회적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는 것을 넘어, 삶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삶의 엔딩 크리에이터이자, 데이터 시대의 기억 관리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