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거리의 공기가 달라진다.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냄새, 따끈한 김이 오르는 포장마차의 풍경, 그리고 주머니 속에 꼭 쥔 뜨거운 간식 하나. 바로 호떡, 붕어빵, 군고구마다. 이 세 가지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겨울을 함께해온 국민 간식 3대장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다.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그 시절의 추억과 정서를 품은 문화 아이콘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의 겨울 간식은 과거의 향수를 넘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도 젊은 세대의 감각을 담은 프리미엄 디저트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길거리 간식의 역사와 트렌드 변화,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프리미엄 버전까지, 한국 겨울 간식의 변화를 따라가 본다.
추억의 거리 간식 (호떡, 붕어빵, 군고구마의 탄생 이야기)
겨울 간식의 주인공, 호떡·붕어빵·군고구마는 모두 1970~80년대 길거리 문화의 상징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페나 베이커리가 많지 않았고, 추운 날 따뜻한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달콤한 간식이 인기를 끌었다.
호떡은 1880년대, 화교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하여 유래된 음식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식으로 변형되어 정착했다. 밀가루 반죽 속에 흑설탕, 계피, 땅콩 등을 넣고 지져내는 방식은 지금도 변함없다. 뜨거운 철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며 달콤한 시럽이 흘러나올 때의 향은 누구나 한 번쯤 기억하는 겨울의 냄새다. 과거에는 한 입 간식이었지만, 요즘은 씨앗호떡, 녹차호떡, 크림치즈호떡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붕어빵은 1930년대 일본의 타이야키에서 영향을 받아 1950년대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밀가루 반죽을 물고기 모양의 틀에 부어 팥소를 넣고 구워내는 간식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붕어빵 장수가 등장하는 저녁길은 겨울의 풍경화처럼 익숙한 장면이었다.
군고구마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간식이다. 조선 후기부터 겨울철 간식으로 즐겨졌으며,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운 고구마의 달콤한 향은 추운 겨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냄새였다. 과거에는 거리에 놓인 드럼통 속에서 구워 파는 풍경이 흔했지만, 요즘은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세 가지 간식의 공통점은 ‘온기’다. 추운 겨울, 손을 녹이며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간식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단순한 음식 이상의 위로를 건넸다.
세대를 넘어 변화하는 길거리 간식의 트렌드
시간이 흐르며 겨울 간식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포장마차나 길거리에서 사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SNS 시대의 감성 간식으로 변신했다. MZ세대의 감각을 반영한 비주얼, 이색 재료, 프리미엄 콘셉트가 더해지면서 전통 간식은 복고와 트렌드의 경계에 서게 되었다.
가장 먼저 변화의 물결을 탄 것은 호떡이다. 전통적인 흑설탕 호떡에서 벗어나, 씨앗호떡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원조는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으로, 해바라기씨, 호두, 잣, 아마씨 등을 넣어 고소함과 식감이 더해졌다. 이후에는 치즈호떡, 초코호떡, 누텔라호떡 등 젊은 세대 입맛을 겨냥한 변형 제품도 등장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 호떡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붕어빵의 진화는 더욱 다양하다. 기본 팥 붕어빵에서 슈크림, 초콜릿, 피자, 카레, 감자샐러드 등으로 속재료가 확장되며 퓨전 붕어빵 시대를 열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미니 붕어빵이나 붕어빵 아이스크림처럼 간편하고 재미있는 형태로도 발전했다. SNS에서는 한 입 붕어빵, 하프 붕어빵, 양갱 붕어빵 등 한정판 제품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군고구마는 건강 간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숯불에 구운 고구마를 넘어, 고구마 스낵, 말랭이, 고구마 라떼, 고구마 크로플 등으로 변신했다. 특히 디저트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고구마의 천연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살린 제품이 꾸준히 인기다. 단순히 간식이 아니라 건강한 에너지 푸드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전통 겨울 간식은 과거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비주얼, 맛, 건강,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추억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감성 소비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셈이다.
카페 속으로 들어온 겨울 간식 (프리미엄 디저트의 재탄생)
최근 몇 년 사이, 카페와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전통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레트로 감성과 고급 디저트의 결합, 이것이 바로 겨울 간식의 새로운 진화 방향이다.
먼저 호떡 디저트는 이미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호떡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생크림, 시럽, 견과류를 얹은 디저트 호떡 플레이트는 대표적인 예다. 단돈 천 원짜리 길거리 간식이 카페에서는 예쁜 접시 위에서 만 원대의 디저트로 재탄생했다. 또한 밀가루 대신 통밀, 오트밀, 쌀가루를 사용하는 건강한 글루텐 프리 호떡이나, 단맛을 줄인 저당 호떡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붕어빵 카페 메뉴 역시 다양하다. 카페에서는 붕어빵 와플, 붕어빵 아이스크림 샌드, 붕어빵 크로플처럼 시각적 재미를 강조한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전통 붕어빵 틀 대신 와플팬을 이용해 모양을 변형하거나, 팥 대신 크림치즈나 딸기잼을 넣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한 카페에서는 붕어빵 모양의 쿠키와 라떼를 세트로 판매해, SNS 인증샷용 메뉴로 큰 사랑을 받았다.
군고구마의 프리미엄화도 눈에 띈다. 최근 고구마 디저트 전문 카페에서는 군고구마 라떼, 고구마 스무디, 고구마 케이크가 주요 메뉴다. 특히 고구마 라떼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고구마의 단맛이 어우러져 겨울 시즌 대표 음료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시나몬, 마시멜로, 캐러멜 토핑을 추가해 풍미를 높인 메뉴도 인기다.
또한 편의점과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겨울 간식을 상품화하고 있다. 호떡맛 아이스크림, 붕어빵 모양 초콜릿, 고구마 크림 샌드위치 등은 MZ세대의 추억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전통 간식이 단순한 거리 음식에서 벗어나, 디저트·간편식·기념품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처럼 겨울 간식의 진화는 단순한 맛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의 재해석이다. 과거의 따뜻한 정서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녹여낸 결과다. 카페 속 호떡, 프랜차이즈 붕어빵, 건강 간식 고구마는 모두 추억과 트렌드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호떡, 붕어빵, 군고구마.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간식들이다. 세월이 흘러 그 모습과 형태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온기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손에 쥔 따뜻한 간식 하나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추억이자 위로이고, 한국 겨울의 상징이다.
이제 이 간식들은 단순히 길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프리미엄 디저트로, 감성 카페의 시즌 메뉴로, 혹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 홈메이드 레시피로 다시 태어나며 세대를 잇는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추운 겨울밤, 호떡의 달콤한 향, 붕어빵의 고소한 냄새, 군고구마의 따뜻한 김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단순히 배고픔 때문이 아니다. 그 냄새 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겨울의 행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에는 카페에서든 거리에서든, 이 따뜻한 간식 하나로 지난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 번 꺼내보는 건 어떨까?
겨울 간식의 황금조합은, 여전히 지금 이 계절을 가장 따뜻하게 만드는 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