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첫날,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정성껏 차린 설음식을 함께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는 풍경은 한국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소중한 전통입니다.
특히 설날의 음식은 단순히 ‘명절 상차림’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얀 떡국 한 그릇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의미가, 한 장 한 장 정성껏 부친 전에는 가족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설날 대표 음식의 유래와 상징, 그리고 현대 가정에서도 손쉽게 응용 가능한 설 음식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국 설 음식의 전통과 현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떡국, ‘한 살 더 먹는 음식’의 의미
설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떡국입니다. 새해 아침,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하얀 떡국을 먹으며 “한 살 더 먹었다”고 말하는 풍경은 한국 설날의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① 떡국의 유래와 상징
떡국은 조선시대부터 설날 아침에 먹는 대표 음식으로 전해졌습니다. 예로부터 ‘흰색’은 깨끗함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했으며, 가래떡의 길고 흰 모양은 장수와 번영을 의미했습니다. 그 떡을 얇게 썰어 만든 떡국은 새해의 첫날,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맞이하는 음식’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풍습은, 나이를 세는 기준을 설날로 삼던 세는 나이 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떡국 한 그릇에는 새해의 출발, 성숙, 장수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② 지역별 떡국의 차이
한국 각 지역은 같은 떡국이라도 재료나 조리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경기 지역은 맑은 소고기 국물에 가래떡을 얇게 썰어 넣은 전통적인 ‘사골 떡국’이 대표적입니다.
전라도에서는 멸치나 다시마 육수로 시원한 맛을 내며, 김가루나 들깨를 곁들여 고소함을 더합니다.
경상도에서는 간이 짭조름한 쇠고기 장국 떡국이 일반적이며, 떡만두국 형태로 즐기기도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쌀 대신 감자를 사용한 감자떡국이 특별한 향토 음식으로 전해집니다.
③ 현대식 떡국의 변신
요즘은 전통 떡국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퓨전 떡국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크림 떡국: 우유나 두유를 넣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강조한 이색 메뉴입니다.
닭육수 떡국: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국물로 어린이와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버섯 떡국: 사골 대신 표고, 느타리, 새송이 등을 우려낸 채식용 떡국으로 비건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떡국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 그릇의 떡국 속에는 가족의 건강과 평안, 그리고 새해의 희망이 녹아 있습니다.
명절 상의 중심, 다양한 전 요리의 조화
설날 밥상에서 떡국 다음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각종 전입니다. 전은 기름에 부친 음식을 통칭하는데, 재료를 계란옷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감싸 부치기 때문에 고소하고 풍미가 깊습니다.
설날에는 가족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치는 모습이 흔히 보입니다. ‘전 부치기’는 명절 전날 밤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과정 자체가 가족 간의 협동과 정을 상징합니다.
① 전의 유래와 의미
전은 본래 제사상에 올리던 음식으로, ‘음식의 기름기를 더해 풍요로움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설날 차례상에도 부침요리는 빠지지 않는데, 이는 새로운 한 해의 풍성함과 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② 대표적인 설날 전 종류
설날 상차림에 자주 오르는 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동태전: 생선전의 대표격으로, 담백한 동태살에 계란옷을 입혀 노릇하게 부친 음식입니다.
육전: 얇게 저민 소고기를 밀가루와 달걀에 묻혀 부친 것으로,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두부전: 부드러운 두부를 한입 크기로 썰어 부친 담백한 메뉴로, 채식 가정에서도 즐깁니다.
호박전, 깻잎전, 버섯전: 채소를 활용한 전으로, 각 재료의 향과 식감이 살아있어 색감과 영양을 동시에 더합니다.
동그랑땡: 다진 고기와 채소를 동그랗게 빚어 부친 음식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하는 국민 명절 반찬입니다.
③ 전 부치기의 노하우
전은 기름 온도와 재료의 수분 조절이 맛을 좌우합니다. 기름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타거나 눅눅해지기 쉽습니다. 중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부친 뒤에는 키친타월로 기름을 한 번 닦아내면 훨씬 깔끔한 맛이 납니다.
또한, 간단히 예열한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데우면 전날 만든 전도 바삭하게 복원할 수 있습니다.
④ 현대식 전 요리 아이디어
최근에는 명절에도 건강과 편의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전통 전 요리에 새로운 변주가 생기고 있습니다.
새우아보카도전: 새우와 아보카도를 함께 부쳐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습니다.
두부버섯전: 밀가루 대신 두부를 사용해 담백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식 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김치전·부추전: 기름을 적게 두르고 팬에 굽는 방식으로 칼로리를 낮추면서도 고소한 맛을 유지합니다.
전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그만큼 식탁 위의 온기와 정을 전해주는 ‘가족의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을 잇는 현대의 설 음식, 가족의 의미를 더하다
요즘의 설날 상차림은 과거와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해진 차례상 형식에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가족의 건강과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 설 음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전통의 의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① 설날 음식의 현대적 변화
기름기 줄인 건강식 설음식: 튀김 대신 굽거나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지방을 줄이고, 나물과 생선 중심의 식단을 선호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가족형 상차림: 핵가족화로 인해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떡국·전·나물·탕 등 기본 메뉴만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건·채식 설 음식: 육류 대신 두부, 버섯, 채소를 사용한 명절 요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퓨전 설 음식: 전통 재료에 서양 조리법을 더한 ‘퓨전 명절 음식’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떡갈비 슬라이더 버거, 잡채 샐러드, 김치파스타 등이 있습니다.
② 설날 음식에 담긴 가족의 마음
설날 음식은 단순한 요리의 집합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문화적 언어입니다. 어머니가 만든 떡국 레시피를 딸이 이어받고, 손자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면서 전통은 이어집니다.
또한 설날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누는 행위 자체가 가족의 소통과 연대감을 높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전을 부치거나 만두를 빚는 시간은 ‘가족의 추억’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③ 집에서 즐기는 설날 밥상 구성 예시
현대 가정에서도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설날 밥상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떡국: 사골육수 또는 채소육수로 만든 기본 떡국
전 세 가지: 동그랑땡, 호박전, 두부전
나물 반찬: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도라지무침
탕 요리: 소고기산적탕 또는 해물탕
후식: 식혜, 약과, 유과
이처럼 구성하면 전통의 의미를 지키면서도 조리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④ 설날 음식과 지역 축제
명절에는 지역별 전통 음식 축제도 열립니다.
서울 남대문시장 떡국 축제: 다양한 떡국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체험형 행사입니다.
전라도 남원 전통음식 축제: 각 지역의 명절 음식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경상도 영주 한우 음식 축제: 명절에 어울리는 한우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대표 축제입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세대와 문화를 잇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설날의 음식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정성의 상징’입니다. 떡국 한 그릇에는 새해의 희망이, 전 한 장에는 가족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면, 설날 밥상은 더욱 풍성하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설날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마음을 나누고 세대의 이야기를 잇는 문화의 중심입니다. 이번 설에는 정성을 담은 떡국과 고소한 전, 그리고 가족의 웃음으로 가득한 식탁 위에서 진정한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새해의 첫날, 따뜻한 밥상 앞에서 나누는 그 한마디 “올해도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 한마디 속에, 설날 음식이 전해주는 진정한 한국의 온기와 전통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